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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 정보를 활용한다.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

   사람들은 숱하게 욕조에 들어가면서도 몸을 담글 때 수면이 높아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질의 비중이 배수량과 관련 있음을 간파한 사람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였다. 많은 사람들이 망치질을 했지만 그 소리를 유념해서 듣지는 않았다. 쇠막대기건, 마림바의 나무키건, 첼로의 현이건 간에, 물체의 길이가 음의 높낮이와 관련이 있음을 맨 처음 알아낸 것은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피타고라스였다. 사람들은 수없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하늘이 왜 파란지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여기에 의문을 가졌던 최초의 인물은 18세기 물리학자 존 틴달이었고, 그는 하늘의 색깔이 대기 중의 먼지나 다른 입자들과 부딪쳐 산란하는 햇빛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가 개발한 몇가지 기술은 오늘날 우리가 대기오염도와 물의 청정도를 측정하는데 쓰이고 있다.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을 발견하는 일은 과학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현대미술의 많은 영역에서 일상적인 현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것들은 확실히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이제는 고전이 된 그림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미지의 반역>은 파이프를 묘사한 그림인데, 거기에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적혀 있다. 이 명백한 모순은 '파이프'란 단어가 파이프 자체가 아닌 것처럼 파이프 그림 역시 파이프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만든다. 수 세기 동안 서구의 미술은 눈속임 사실주의의 실현을 목표로 삼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이미지는 단지 하나의 기호일 뿐 자연 그 자체는 아니다.

 

<이미지의 반역>, 르네 마그리트 작, 1928-29

 

   마르셀 뒤샹의 기성품들은 눈을 치우는 삽이나 변기처럼 변형을 가하지 않은 오브제들인데, 이는 보다 충격적인 미술의 재관찰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찾아낸 오브제들은 관람객들을 향해 이렇게 말을 건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당신이 가장 생각을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해보라" 많은 사람들은 뒤샹의 오브제는 단지 수백 년 동안 발전되어 온 미술기법에 대한 조롱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뒤샹은 이렇게 반박한다. "나는 그림이 다시 한번 사람의 마음에 봉사하도록 했을 뿐이다." 그 후 재스퍼 존스나 클래스 올덴버그 같은 많은 화가들이 우리에게 국기나 포크, 접시, 햄버거, 야구방망이, 티백의 얼룩같은 것들을 주의 깊게  보라고 강요하고 있다. 일상품이 아닌 관찰의 대상으로.

 

<샘>, 마르셀 뒤샹, 1917

 

   소설가 존 스타인백과 생물학자 에드워드 리켓이 맥시코의 코르테즈해에서 지낸 바다생활에 대해 쓴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우리가 보고, 기록하고, 구축한 모든 것들은 모든지식의 틀이 뒤틀리는 것처럼 왜곡되곤 한다. 첫째는 우리 시대의 종족의 집단적 압력과 시대적 흐름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들 각자가 가진 개별적 성향 때문이다." 그들은 논픽션 책을 쓰면서도 거기서 자신들이 말하는 '진실'이란 소설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선입견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 '생각'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관찰하는 우리의 행위도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정신적 편견과 개인적인 경혐에 의해 확실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생화학자 스젠트 기요르기는 이렇게 말한다. "발견은 모든 사람들의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관찰'은 감각작용을 '이해'하는 일이다.

 

출처: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셀 루트번스타인 지음/박종성옮김/에코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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