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프랙탈 이야기들

작가와 함께한 프랙탈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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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탈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두가지 설이 존재한다.

만델브로트가 IBM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중 자신의 논문 제목을 생각하다가 라틴어의 Fractus라는 낱말을 발견하여 FRACTAL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프랙탈 기하학이 정수가 아닌 분수(Fractional)차원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FRACTAL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프랙탈의 속성은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순환성Recursiveness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들어 있을것 만 같은 만델브로트 집합이나 줄리아 집합 뒤에는 z = z2 + c이라는 간단한 수식에서 출발한다.

프랙탈은 컴퓨터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알려지게 되다.
비록 몇 줄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물리적, 기하학적, 철학적 내용은 앞으로 우리가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

혼돈이란 뜻을 가진 카오스chaos는 자연현상에서의 혼돈과 무질서에 대해 연구하는 이론이다.
카오스 이론은 단순한 수학적, 물리학적 학문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연결 지을 수 있으며 다양한 학문에 적용시켜 볼 만큼 폭이 넓은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카오스 이론이 어떠한 것이길래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다루고 있는지 궁금지 않습니까?

 

 

 

 caos1.gif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한복음)라는 구절을 생각하며 그렸음직한 옆의 작품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있는 카오스 이론을 잘 설명 해주고 있습니다.
간단한 기하학적 도형이 복잡한 유기적 형태로 변하고 있는 그림의 내용은 저 멀리 오랜 옛날 피타고라스의 신비주의 사상과 폴라톤의 윤회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동양의 혼돈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장자(莊子)의 응제왕(應帝王)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옛날 옛적에 남쪽 바다의 왕과 북쪽 바다의 왕이 있었다. 어느날 두 왕은 혼돈(混沌)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이 두 왕을 잘 대접해 주었다.
두 왕은 혼돈의 친절에 감명 받아 감사의 선물을 주기로 했다.
두 왕은 의논하기로 사람은 누구나 일곱 구멍을 가지고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이 혼돈에만 그게 없음을 생각하여 혼돈에게 인간들처럼 7개의 구멍을 뚫어 주기로 했다.
그래서 매일 한 개씩의 구멍을 뚫어 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7일째 구멍을 뚫어 주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南海之帝爲 .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沌.
與忽. 時相與遇於渾沌之地. 渾沌待之甚善.
與忽謀報渾沌之德. 曰. 人皆有七竅.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嘗試之鑿. 日鑿一竅. 七日而渾沌死

《莊子》〈內篇〉, "應帝王"

 

 

 

 

 

장자 (莊子/BC 369~BC 289?)

중국 고대의 사상가.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의 대표자이다. 성은 장(莊). 이름은 주(周). 송(宋)의 몽읍(蒙邑:河南省商邱縣 근처) 출생. 정확한 생몰연대는 미상이나 맹자(孟子)와 거의 비슷한 시대에 활약한 것으로 전한다. 관영(官營)인 칠원(漆園)에서 일한 적도 있었으나, 그 이후는 평생 벼슬길에 들지 않았으며 10여 만 자에 이르는 저술을 완성하였다. 초(楚)나라의 위왕(威王)이 그를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하였으나 사양하였다. 저서인 《장자》는 원래 52편(篇)이었다고 하는데, 현존하는 것은 진대(晉代)의 곽상(郭象)이 산수(刪修)한 33편(內篇 7, 外篇 15, 雜篇 11)으로, 그 중에서 내편이 원형에 가장 가깝다고 한다.

서양의 혼돈

기원전 8세기에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는 신통기Theogoneia에서 질서 정연한 우주가 생기기 이전에 큰 혼돈상태인 카오스(khaos, 그리스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카오스는 '망망한 허공'이란 뜻으로 쓰여 졌습니다.
카오스로부터 에레보스(어둠)와 뉴크스(밤), 가이아(대지), 타르타로스(저승)이 태어났으며 이들로 부터 아이텔(하늘의 빛, 정기)과 헤메라(땅의 빛, 낮)가 만들어 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질서의 세계인 코스모스가 생겼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있어 혼돈은 비밀에 쌓인 어떤 것으로서, 질서 있는 세계에 앞서 있는 우주의 최초 원인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실 자연의 세계는 선형적인 사고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의 배경에는 분명히 전통적인 환원주의적 사고 방법만으로는 인식 불가능한 어떤 숨겨진 영역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해 왔을 것입니다.
오늘날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한 이래 고전 물리학적인 사유방법이 어떤 한계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의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혼돈의 문제가 과학의 연구 대상으로 제기된 것은 새로운 과학방법을 요구하는 현대의 시대정신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서양의 혼돈사상 인식의 비교

동양의 혼돈은 분석적 지식에 대비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의미로 이 세상의 가장 근원적이며 이 우주의 질서라고 여겼습니다.
장자의 응제왕편에서 서술한 것 처럼 혼돈과 애매성은 그 자체로 내버려둬야지 그곳에 인위적인 작위성을 가하면 생명력을 잃어버린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서양의 혼돈은 코스모스의 창조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였으며 그들의 철학과 과학은 질서와 합리성 위에 이루어 졌습니다.
질서와 법칙에 대한 연구는 서양의 과학을 크게 발전시켰으며 오늘날 동양보다 서양의 과학이 발전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서양의 혼돈에 대한 공통점도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카오스란 혼돈, 무질서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무질서의 정반대인 질서가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카오스는 무한한 질서를 내포하고 있으며, 풍부한 새로운 구조를 자유롭고 역동적으로 자기조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 속에 무한한 창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혼돈과 질서의 반복적인 패턴이 프랙탈이며 그 속에는 삼라만상이 꿈틀대고 있으니

 

 

출처 : frac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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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23:30

프랙탈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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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프랙탈을 접하게 것은 1992~3년인듯 싶다. 프랙탈은 처음 수학에서 출발했지만 필자가 처음 접한 것은 환성적인 색과 화려한 모양의 프랙탈 작품이 먼저였다.

프랙탈이란? 물체를 아무리 크게 확대를 하거나 또는 무한대로 축소하여 현미경으로 들여다 정도로 세분한다 할지라도 본래 물체가 가지고 있던 원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프랙탈을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 꼽는 것이 양치류이다. 양치류의 잎들은 각각 전체의 축소형이다. , 가까이에서 보는 형태가 멀리서 보이는 형태와 같다. 이는 프랙탈 프랙탈의 특성인 자기유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브로컬리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아래 왼쪽  사진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있는 양치류이다. 아래 사진과 같이 멀리서 보이는 전체의 이미지, 삼각형 형태가 잎에서도 원래 모양과 유사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음을 발견 있다 

1-1.jpg

번개.jpg

번개의 전파는 습도, 기온 및 기타 그 지역의 다양한 환경조건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번개의 경로가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옆의 사진을 통해 쉽게 번개 치는 보습을 볼 수 있는데 그 경로는 직선이 아니고 꾸불꾸불 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번개의 모습은 비 규칙적으로 진행하지만 자기와 유사한 가지치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모습은 불규칙하지만 전체모양은 가지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

 

 

 

 

나무.jpg또, 멀리서 바라보는 나무 모습은 옆 그림과 같이 나무 기둥에서 가지가 뻗어나가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좀더 가까이 나무를 들여다보면 그 가지는 다시 더 작은 가지로 뻗어가고 그 가지는 다시 더 작은 가지로 뻗어 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기 유사성을 통한 전형적인 프랙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듯 프랙탈은 끝없는 반복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세분화된 모양이 원래의 형태와 동일한 모양의 자기유사성을 갖게 됨을 말한다. 최근 이런 이론을 통하여 프랙탈이 “프랙탈 아트”라는 예술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으며 이런 프랙탈을 예술적으로 만드는 사람을 프랙탈 아티스트라고 한다.
필자가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이번 작품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연을 소재로 한 프랙탈 작품들이다.

 

 

 

 

줄리아집합.jpg

옆의 푸른색 그림은 줄리아 집합(Julia set)이라고 하는 유명한 프랙탈이다.
이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반복되는 소용돌이 형상 내부에 다른 소용돌이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그림을 가까이서 들여다 본다면 프린터가 인쇄할 수 있는 한계까지 더욱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무한히 반복되는 형상을 유한한 공간상에 축소해 놓은 것일 뿐 전부는 아니다. 구체적으로 정의를 하자면, 프랙탈은 스스로를 계속 축소 복제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 반복 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세분화된 모양은 원래의 형태와 동일한 자기 유사성을 갖는다. 

 

 

 

 

 

-계속- 

 

  

 

-참고-

 

프랙탈이란

프랑스의 수학자인 만델브로트Mandelbrot는 1967년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영국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선의 총 길이는 얼마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넌센스같은 질문은 매우 심오하고 오묘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글에서 만델브로트는 영국의 해안선의 길이는 어떤 자로 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1Cm 단위의 자로 재었을때와 1m 단위의 자로 재었을때는 둘래의 길이가 엄청난 차이를 나타나게된다.

70년대 중반 프랙탈이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여러 과학자들이 만델브로트의 논문을 실렸던 '사이언스'지를 뒤적거리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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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1 00:04

프랙탈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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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프랙탈에 대한 간단한 개요를 중심으로 프랙탈아트 작품을 소개했다면 이번 글에는 좀더 프랙탈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랙탈이 수학적인 요소에서 출발하였으나, 최근 화려한 색과 현란한 모양으로 뭇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프랙탈을 이야기 하다 보면 자주 테셀레이션과 비교 질문을 받곤 한다.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유리창문의 창살 및 욕실이나 마루 바닥에 깔려 있는 타일과 같이 틈이나 교차점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도형으로 덮는 형태(모양)를 말한다. 대표적인 테셀레이션 작가로는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이다. 에셔는 수학적 소재라 할 수 있는 테셀레이션을 예술적 경지로 발전시켰다. 아래의 테셀레이션 그림이나(좌) 혹은 에셔의 작품을 무한대로 확대(Zoom In) 하다 보면 원래의 이미지나 도형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자기 유사성을 가진 프랙탈(아래 작품 오른쪽)과는 다른 것이다. 프랙탈은 아래 프랙탈작품(우)에서 보듯이 무한히 확대해도 작은 소용돌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이미지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2-1.jpg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많은 현상들을 보곤 한다.
주위에서 느끼는 이런 현상들 중에서 불규칙 적이고 무질서한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나무, 해안선, 구름, 산, 태풍, 돌개바람, 담배연기 등등 이런 것들은 자연현상 속에서 무질서한 현상 및 상태를 나타낸다. 이런 혼돈과 무질서는 인간의 지식으로 정의를 내리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70년대부터 활발해진 이런 혼돈에 관한 연구가 Chaos 및 Fractal등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영국의 해안선 길이는 얼마일까? IBM의 토머스 왓슨(Thomas J. Watson)연구센터의 만델브로트(BenoitMandelbrot)는 프랙탈 이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으며, Fractal(프랙탈)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처음 그의 논문이 네이쳐지에 실렸을 때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다 한다. 그러던 것이 7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 프랙탈이 뜨거운 감자가 되자 그때서야 과학자들이 부랴부랴 만델브로트의 논문을 뒤지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그의 논문(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에서 심오한 의문을 제기한다. "영국의 해안선 길이는 얼마나 될까?" 라는 것인데 이 넌센스 같은 질문은 그 후 많은 논문의 지침이 되기도 했다.

 

반지름 1인 원의 원주의 길이를 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원주 공식(2Πr)을 적용하면 된다.
Π(파이) = 3.14159.... 이므로 2Πr는 대략 6.28이 된다.
영국의 해안선을 알기 위해서 같은 방법으로 아래의 그림과 같이 적용 할 수 있다.

 

1.gif

 

즉, 곡선의 길이를 잘게 쪼갠 직선의 길이의 합으로 가정하여 계산하는 방법은 측량기사가 지형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절차다. 아래의 표를 자세히 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won.gif 

 

 

선을 많이 쪼갤수록 2Πr(6.28)에 가까워 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만델브로트가 제시안 영국의 해안선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프랙탈의 창시자는 IBM의 토머스 왓슨(Thomas J. Watson)연구센터의 만델브로트(Benoit Mandelbrot)이다. 그는 Fractal(프랙탈)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그는 논문 “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에서 프랙탈 인식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내놓았다. "영국의 해안선 길이는 얼마나 될까?" 이 질문은 언뜻 보기에는 넌센스 같지만, 이 단순한 질문은 실로 심오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 만델브로트가 제시한 영국의 해안선은 얼마나 될까? 아래의 그림은 영국의 해안선을 200마일 단위와 25마일 단위로 잰 것이다. 25마일 단위로 재면 200마일로 단위로 잰 것에 비해서 측정된 해안선의 길이가 길어진다. 그 이유는 해안선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복잡하기 때문이다. 만일 더 작은 단위로 해안선을 재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1cm단위로 잰다면 어떨까? 아니, 원자 한 개 길이만한 자로 잰다면 어떨까?
2-2.jpg 
만일 1cm 길이의 측정단위를 사용하여 전 해안선을 기다시피 하며 세밀하게 측정 할 경우, 모든 해안가의 짧은 곡선, 해안 바위들의 굴곡 하나하나가 합산 되어 해안선 측정 값은 엄청나게 증가되어 천문학적인 수치가 나올 것이다.

3.gif

 

측정단위에 의해 합산된 곡선의 길이가 단위를 작게 할수록 무작위로 커진다면 그 곡선은 프랙탈 곡선이라고 한다. 따라서 영국의 해안선은 프랙탈이다. 이유는 영국의 해안선은 크고 작은 수많은 만, 내해, 작은 강, 복잡한 바위투성이들로 구성되어 매우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더욱 짧은 측정단위를 사용하면 구부러진 지형들에 깔끔하게 맞출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전체 길이는 증가하게 될 것이다. 원 모양의 곡선과 영국의 해안선과 같은 곡선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차이점은 곧 고전적인 기하 형태와 프랙탈 기하 형태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여기에 첫째 명제가 제기된다. 영국의 해안선은 프랙털이다. 그래서 그 길이를 측정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은 프랙탈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 하는 것이다.

      4-1.gif

  

영국의 해안선이 프랙탈이라면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주위의 다른 곳에서도 프랙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구름, 산, 나무, 심지어 사람의 뇌의 주름 등에도 프랙탈을 발견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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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1 00:24

프랙탈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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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속에 나타나는 프랙탈들..

앞에서 만델브로트가 제시안 영국의 해안선이 프랙탈이라면 우리 주위의 다른곳에서도 프랙탈을 찾을 수 있까? 해답은 자명하다.. 프랙탈은 우리 주의의 모든곳에서 찾을 수있다. 앞에서 정의-1 과 같이 곡선의 길이가 단위를 작게 할수록 무작위로 커진다면 그것은 프랙탈이라고 정의했다.(프랙탈 이야기-2 참조)

 

필자가 앞 글에서 언급했지만 프랙탈 특징을 이야기 하다 보면 항상 자기유사성(Self-similar)에 관하여 논하게 된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반적으로 자기 유사한 물체는 프랙탈이라고 하지만, 모든 프랙탈에 자기유사성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프랙탈은 모든 곳에 존재하는 불규칙성에 의해 정의되지만, 이러한 불규칙성이 꼭 동일하게 보일 필요는 없다.

 

 

5-1.gif

5.jpg 

위의 사진 왼쪽은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이라는 유명한 사진이다.
발자국 주변은 자갈이나 돌들로 인해 울퉁불퉁하고 불규칙적으로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달에서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인데, 아마 많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사진 또한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이 잘 나타나는 유명한 사진중의 하나다. 자 그럼 두 사진을 보자. 지구를 바라보는 사진 속 달의 모습과 발자국이 찍힌 달 표면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 위의 왼쪽사진에서 발자국만 없다면 달의 표면과 그리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달도 프랙탈이다.

우리는 이전 글에서 프랙탈의 작은 부분이 전체와 유사한 것을 프랙탈의 자기유사성이라 했다. 그러나, 달표면을 비교한 두 장의 사진에서 관찰했듯이 모두 프랙탈의 불규칙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프랙탈 차원은 멀리서 본 달 표면보다 가까이서 본 발자국 사진에서 더 높게 보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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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1 00:29

프랙탈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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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주위에서 프랙탈을 찾자보자..

 

[산]

산도 프랙탈이다.

멀리 보이는 산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들을 보노라면.. 모두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깊이 들여다 보면... 험준한산이거나 아님은 그렇지 않거나 하는 정도지.. 모양은 다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바로 산도 프랙탈이다.

 

정상에 올라서서 바로 앞에 보이는 언덕까지 2~3시간정도면 갈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가보면 험준한 개곡과 협곡들을 지나다보면 하루종일 걸릴수도 있다. 길은 곧아지고 기차나 비행기 항로등은 더욱 짧은 거리를 질주하고.. 옛날과 같이 굽이굽이 자연의 프랙탈을 밟아가던 자연과의 일체감에서 현대인들은 더욱 멀리 벗어나고 있는 지금... 산을 오르는 재미는 프랙탈 차원의 면들을 밟아가므로서 부분적으로나마 태초의 혼돈과 자연이 주는 프랙탈을 본능으로 인지하여, 자연으로부터 온 나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재미가 아닌가? 한가지 생각해야될것이다. 프랙탈의 특징을 이야기하다보면 항상 자기유사성(Self-similar)에 관하여 논한다. 본인도 앞의 프랙탈이야기-1에서 언급했지만... 일반적으로 자기유사한 물체는 프랙탈이라고 하지만, 모든 프랙탈이 자기유사하지는 않음을 알아야한다. 프랙탈은 모든 범위에 존재하는 불규칙성에 의해 정의되지만, 이러한 불규칙성이 꼭 동일하게 보일 필요는 없다.

 

[구름]

구름도 산과같이 프랙털의 신비한 예가 될 수 있다.
비행기안 창측에 앉아서 구름을 관찰하는 것도 재밌는 프랙탈을 연구하는 일 일것이다. 어떻게 구름도 프랙탈이 될 수 있을까? 구름도 앞에서 언급한 산과 같이 불규칙하고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프랙탈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호수의 표면]

호수의 대부분의 표면은 잔잔하다.
바람부는 날에는 잔잔한 부분이 작아지고 고요한 날엔 커진다. 최근까지 호수면에 일어난 잔잔한 파문은 일정한 형태로 퍼져나가는 것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유체의 복잡한 운동의 하나인 와류(Turbulence)에 관한 연구가 진척되면서 이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바람부는 날 물표면을 아주 가까이서 관찰해 봄으로써 파문의 형태가 균일한 것이 아님을 찾아 낼 수 있다. 호수의 표면을 가까이서 들여다 볼때 매끈한 면과 거친 면이 연속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지극히 복잡한 모습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잔잔함과 거침이 혼합되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프랙탈임을 알 수 있다.

 

[날씨]
만일 나이아가라 폭포위에서 하나의 작은 나무잎을 폭포에 띄운다면 몇 분 후 폭포 아래로 떨어진 잎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물음에 아무리 고도의 과학으로 슈퍼컴퓨터를 동원하여 예측을 한다손 치더라도 정확한 답을 예측하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날씨가 바로 그렇다. 강력하고 복잡한 슈퍼컴퓨터로 일기예보을 예측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이것은 컴퓨터의 오작동도 아니고, 수학적 알고리즘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날씨에 관계하는 역학적인 구도가 혼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앞에서 언급한 폭포 밑으로 떨어진 작은 나뭇잎의 위치를 예즉하는 것과도 같다. 날씨는 동역학계의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출렁거리는 호수 위의 고요한 파문은 지구뒷편으로 전달하여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일이다. 즉 카오스 이론의 모태가된 유명한 나비효과(베이징에서 나비 한마리가 날개를 퍼덕임으로써 뉴욕에 폭풍우가 몰아칠 수 있다) 이다.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일기예보를 시청했던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전선을 동반하고 동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거대한 저기압대들이나 걸프만의 허리케인은 항시 존재한다. 일기에 관한 위성사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것들 중 하나다. 이 위성사진들은 혼돈(Chaos) 일기 역학의 그래픽적인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여기서 프랙탈에 이르는 또다른 경로 혼돈에 관하여 논하게 됬다.

정의 :
동역학계(Dynamic System)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부분들의 집합이다. 계통 내부의 초기 조건상의 변화가 후에 계통상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는 동역하계는 혼돈이라 한다.

프랙탈의 특징들
       - 분리된 차원(Fractional Dimension)

       - 모든 영역에서의 복잡한 구조(Complex Structure at all Scales)

       - 무한정한 가지치기(Infinite Branching) -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

       - 혼돈 역학(Chaotic Dynamics) 그러나, 이런 특징들이 모든 프랙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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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과 질서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최무영 교수


 

 

저는 물리학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강의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많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뭇알갱이계의 협동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물이 얼음이 된다든지, 초전도 현상이 생긴다든지, 또는 우리가 기억을 한다든지 하는 현상들인데 최근에는 사회의 일부 현상들도 이러한 물리학의 이론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특히 혼돈이론은 사회과학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 오늘 강의에서는 물리학 이론에서 혼돈과 질서의 문제를 소개하고 사회 현상에 주는 의미를 간단히 논의하려 합니다.

 

1. 동역학과 결정론

일반적으로 혼돈과 질서는 서로 대립되는 개념입니다.


고대인은 우주를 혼돈으로 보았습니다.
카오스(chaos)라는 말은 원래 우주를 지칭하는 말이었지요.
이런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중세시대 부터입니다.


중세에 들어서면서 인간은 우주로부터 여러 가지 규칙성을 발견하기 시작하였지요.
대표적인 예가 행성의 운동입니다.
이 규칙성에 기초하여 근대에는 세계가 혼돈이 아니라 질서라는 새로운 사고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질서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질서가 있다는 것은 곧 예측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세계를 질서로 생각한다는 것은 겉보기에 매우 다양하게 보이는 자연현상들이 어떤 규칙에 따라 일어난다고 믿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규칙에 의해서 우리가 자연현상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우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출발한 학문이 바로 자연과학입니다.
자연과학이란 결국 자연의 근본적인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인데, 그것의 목표는 아주 다양한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혼돈 얘기를 하려면 먼저 물리학 이야기부터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자연과학의 전형은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물리학은 자연현상을 비교적 간단한 하나의 모형으로 설정하여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그것을 보통 모형계라고 부르지요. 이 모형계를 다루는 물리학의 방법을 보통 역학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역학은 물리학의 방법론을 의미합니다.

역학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동역학(dynamics)입니다.
동역학도 다시 몇 가지 종류로 나뉘어 집니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소위 고전역학(classical mechanics)이라고 부르는 방법이죠.
20세기에 들어와서 알려진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전역학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뉴턴(Newton)이 만들어낸 뉴턴역학입니다.
뉴턴역학은 질량 m인 물체가 힘 F를 받을 때 얻게 되는 가속도 a가 만족하는 운동방정식 F = ma 라는 식에 의해 표현됩니다.
한편 20세기에 들어와 상대론이 생겨났습니다.
이것은 아인슈타인(Einstein)이 많이 공헌해서 찾아낸 새로운 역학입니다.
이 둘을 합쳐서 고전역학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양자역학은 이와 상당히 다른 새로운 방법입니다.

그런데 고전역학이든 양자역학이든 중요한 것은 이 동역학이 기본적으로 결정론적이라고 하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대상이 있을 때 이 대상의 초기조건이 정해지면, 즉 처음에 이 대상이 어떤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안다면, 일정한 시간이 흘렀을 때 어떤 상태로 변하리라는 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정론이란 이처럼 초기조건이 하나로 결정되면 나중의 상태도 정확하게 한가지로 결정된다는 논리이죠.
동역학은 모두 이런 결정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자연현상이 이러한 동역학에 의해 기술된다면 우주의 미래도 결정되어 있을 터인데, 오래 전 라플라스(Laplace)가 이미 이를 명시적으로 표명한 바 있지요.
그는 우주의 초기조건만 알려주면 우주의 미래를 완전히 다 예측해 보이겠다고 자신 만만하게 선언했습니다.
그런 자신감은 바로 결정론에 대한 믿음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2. 실제 세계와 혼돈 현상

그러나 실제 세계에는 얼른 보기에 결정론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은 현상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질서 있는 현상도 적지 않지만 혼돈스러워 보일 때도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도박을 예로 들어봅시다.
도박의 재미는 예측 불가능성에 있습니다. 만일 도박의 다음 패가 처음부터 질서 있게 하나하나 결정되어 있다고 한다면 과연 누가 도박을 하겠습니까?
또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은 담배연기가 아주 무질서하고 혼돈스럽게 움직이는 모양을 보았을 것입니다.

사실 그런 예는 굉장히 많습니다.
물을 데울 때 그릇의 바닥을 아주 뜨겁게 가열하면 물이 펄펄 끓는 현상이 생기는데 그것이 생기는 모양이라든지, 운동장 모양의 당구대에서 당구공이 움직이는 모양 등이 다 그런 예이지요.
다시 말해서 당구대가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으니까 당구를 칠 수 있는 것이지 당구대를 운동장 모양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아무리 고수라도 당구공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예들을 보노라면 실제 세계가 결코 질서 있게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질서와 혼돈이 언뜻 보면 서로 반대 개념같이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지요.
우리가 흔히 혼돈이라고 부르는 것도 자체로는 질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혼돈이란 완전한 마구잡이(random)가 아니라 사실은 이 안에도 놀랄만한 규칙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조금 전에 물리학의 방법론은 전부 결정론이라고 했죠?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결정론은 질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결정론으로부터 실제 얻어지는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질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혼돈이 나오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물리학에서 결정론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혼돈을 준다는 말입니다.

자세한 의미는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스스로 모순된 듯한 이런 사실은 최근에야 비로소 알려진 것입니다.
우리가 물리학의 방법론이 급격하게 변혁된 것을 혁명이라고 부른다면 물리학사에서 제일 중요했던 혁명은 "결정론"적인 뉴턴역학의 발견입니다.
그 다음 제 2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 발견된 (역시 결정론적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혼돈 현상의 발견이 제 3의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 패러다임은 단순히 물리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화학이라든가 생물, 수학, 천문학, 공학 같은 이공계는 물론이거니와 경제학, 지리학, 사회과학 심지어 예술 같은 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3. 결정론적 혼돈

앞에서 말했듯이 고전역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F = ma, 즉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라는 식으로 표현됩니다.
이로부터 어떤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 주어지면 F = ma 의 운동방정식을 풀어서 가속도를 구할 수 있고, 가속도를 구하면 그로부터 속도나 위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속도 v는 위치 r을 시간 t에 대해 미분하여 얻어지는 도함수, v = dr/dt 로 정의되고 가속도 a는 속도를 다시 시간에 대해 미분한 도함수, 곧 위치를 시간에 대해 두 번 미분한 이차 도함수, a = dv/dt = d2r/dt2 로 정의됩니다.
따라서 운동방정식은 F = m(d2r/dt2) 가 되어서 수학적으로 보면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의 형태로 주어지죠.
여기서 혼돈 현상을 수치적으로 기술할 때에는 시간을 연속적이 아니라 띄엄띄엄하게 생각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이 경우에 예를 들어 위치의 변화는 도함수 dr/dt 대신에 시각 tt+1에서의 위치의 차이 rt+1-rt 로 나타내게 되고, 따라서 미분방정식 대신에 뺌방정식(difference equation)의 형태가 얻어집니다.

간단한 모형을 하나 들어봅시다.
밖과 완전히 고립된 섬이 좋겠군요. 이 섬에 벌레들이 많이 살고 있겠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벌레들은 알을 낳은 후 다 죽고, 다음해 봄에 알이 깨서 다시 벌레들이 생깁니다.
이 섬에서 해마다 벌레들의 수를 센다고 가정해 봅시다.
첫 해에 벌레가 X0 마리만큼 있었다고 하면 이듬해에 벌레가 X1 마리 생기고, 그 다음 해에 X2 마리가 있고, 이렇게 매년 벌레의 수가 변해 나가겠죠.
이 변화가 어떤 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렇다면 N+1 년 후 벌레의 수는 그 전 해의 벌레들이 알을 얼마나 깠느냐에 관계할 테니까 대개 XN 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해마다 각 벌레가 알을 c 개 낳는다면 이듬해의 벌레 수는 전 해의 벌레 수에 c를 곱한 만큼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을 풀면 N 번째 해의 벌레의 수 XN 은 첫 해의 벌레의 수에다가 cN 제곱을 곱한 것으로 됩니다.
XN = cN X0 가 되어서 c가 1보다 크다면 벌레의 수는 무한대로 늘어나게 되죠.
이것이 바로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맬더스(Malthus)의 법칙입니다.
맬더스는 인구가 이런 식으로 증가하게 될까봐 걱정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실제 세계에서는 이런 결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먹이가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수가 너무 많아지면 벌레가 더이상 살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먹이가 충분히 있다 하더라도 벌레들이 너무 많이 살게 되면 서로 싸우게 되어 다시 그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결코 벌레가 너무 많아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벌레에게나 인간에게나 그 숫자에는 어떤 적정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고려하기 위해 편의상 x를 벌레의 수 X를 가능한 최대의 수 Xmax로 나눈 비로 정의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x가 가질 수 있는 최대값은 1이고 최소값은 0이며 x = 1은 벌레가 최대로 많이 있는 상태로 생각하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 xN+1이 (1-xN)에도 비례한다고 하면 이것은 벌레가 너무 많아졌을 때 서로 싸우고 먹이도 모자라고 해서 벌레의 수가 줄어들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합쳐서 쓰면 xN+1 = cxN(1-xN)이 되는데 이 식을 병참본뜨기(logistic map)라고 합니다.
x0가 주어지면 이 식에 집어넣어서 x1을 결정할 수 있고 그것을 다시 식에 넣으면 x2가 또 얻어지고 하는 식이죠. 이를 반복하면 해마다 벌레 수가 얼마나 변하느냐 하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공식이 어디까지나 결정론이라는 점입니다.
초기조건, 즉 첫 해에 벌레가 몇 마리였느냐 만 알면 해마다 벌레의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실제로 c에 적당한 값을 집어넣고 초기조건 x0에도 적당한 값을 넣어서 다음에 x1, x2, x3 등이 어떻게 변해나가는가를 계산해 보도록 합시다.
이상하게도 c의 값에 따라서 그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먼저 c가 1보다 작을 때에는 초기 조건에 관계없이 항상 0으로 가게 됩니다.
c가 1보다 작다는 것은 벌레 한 마리가 알을 한 개 이하로 낳는다는 이야기이죠.
사람으로 따지면 부부가 애를 하나씩만 낳을 경우입니다. 이 때에는 인구가 계속 감소해서 결국 인류는 멸망하게 됩니다.

한편 c가 1과 3 사이에 있으면 xN이 유한한 값이 됩니다.
수식으로 쓰면 N이 클 때 xN은 1-1/c 정도의 값으로 접근하게 되며, 예를 들어 c가 2, 곧 각 벌레가 알을 두 개씩 낳는다고 하면 x가 나중에 1/2이 된다는 것입니다.
첫 해에 적게 있었으면 두 번째 해에는 늘고 세 번째 해에는 다시 조금 줄고 해서 왔다갔다하게 되지만 한참 지나면 결국 어느 값에 접근하며 그 접근하는 값이 c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 수가 어떤 적정선을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에 c가 3보다 크고 3.569보다 작다고 해 봅시다.
이상하게도 그 때에는 충분히 여러 해가 지났을 때의 xN, 곧 벌레의 수가 규칙적으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벌레의 수가 어느 해에는 많았다가 그 다음 해에는 줄었다가 하는 것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아주 많았다가 확 줄었다가 조금 늘었다가 다시 줄었다가 다시 아주 많아졌다가 하는 식으로 되기도 합니다.
이것도 역시 주기적이긴 한데 두 해마다 제자리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4년이 주기가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주기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c가 더욱 커져서 3.569보다 커지면 주기가 무한히 커져서 벌레 수의 변화는 완전히 불규칙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c가 충분히 커지게 되면 xN이 마구 변하므로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완전히 마구잡이인 것처럼 보이는 이런 것을 보통 혼돈이라고 부릅니다
.

그런데 여기서 조심할 점은 이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완전한 마구잡이는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의 결과들은 어디까지나 병참본뜨기 식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 식 자체는 완전히 결정론적인 식입니다.
말하자면 초기조건이 정해지면 모든 결과가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발생하는 혼돈을 우리는 결정론적 혼돈(deterministic chao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4. 혼돈의 의미

그렇다면 혼돈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얼른 보기에는 혼돈스러운 것도 사실은 이미 그렇게 결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혼돈스럽지 않다고도 생각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을 혼돈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음의 의미에서입니다.
초기조건이 정해지면, 예를 들어 x0 값이 0.4라고 정해지면 이 식에 의해서 x1, x2 등의 값이 정확하게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초기조건을 살짝 바꾸어서 0.4000001을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0.4000001은 0.4와 거의 차이가 없으니까 x1, x2, 그리고 일반적으로 xN 도 거의 차이가 없을 것 같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초기조건을 0.4로 하느냐 0.4000001로 하느냐에 따라서 xN의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 우리는 초기조건에 대해서 몹시 민감하다고 표현합니다.
언뜻 보면 모든 것이 원리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 자연세계에서 초기조건을 0.4로 하느냐 아니면 0.4000001로 하느냐는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조그만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로 이것을 혼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주사위를 던지는 것이 좋은 예가 됩니다.
주사위를 던질 때 어떤 때에는 1이 나오고 어떤 때에는 5가 나오죠. 주사위의 운동도 물론 뉴턴역학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F = ma 라는 식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주사위는 철저히 결정론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문제는 주사위를 던질 때 아무리 똑같이 던지려고 하더라도 손의 각도도 조금 다를 터이고 던질 때의 속도도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미세한 초기조건의 차이 때문에 결과는 서로 완전히 달라지게 되죠.
곧 한 번은 1이 나오고 한 번은 5가 나오는 것과 같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현실적으로 보면 마구잡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을 결정론적 혼돈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날씨 역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입니다.
어느 날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비바람이 치는 경우가 있지요. 그 원인을 가만히 따져보니까 아마존 밀림에서 갑자기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비가 날아가지 않았으면 날씨가 계속 맑았을 텐데 말이지요. 아마존 밀림에서 나비가 나느냐 안 나느냐는 정말로 조그만 차이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부르며, 날씨 예측의 어려움을 우스개 소리로 표현한 것이죠.

물리학에서 날씨를 기술하는 모형으로 로렌츠방정식(Lorenz equat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로렌츠라는 사람이 이 방정식을 연구하면서 적당한 처음값을 주고 (여기서 처음값이란 예를 들어 현재의 기온, 기압, 바람 등과 같은 조건을 말합니다) 결과를 얻어 보았더니 맑은 날씨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똑같은 처음값을 주어서 계산해 보니까 이번에는 비오는 날씨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계산이 잘못된 줄 알고 아무리 다시 해 보아도 비오는 것이 나왔다가 맑은 날씨가 나왔다가 눈오는 날씨가 나오는 등 엉망이 되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왜 그렇게 되는가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야 그 이유, 곧 처음값을 아무리 똑같이 넣었다고 해도 조금은 틀리기 마련인데 그 미세한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준다는 사실을 알아내었습니다.

쥬라기 공원이라는 소설에 보면 공룡들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은 파국이 빚어지고 말죠.
이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 의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처음에 초기조건을 정확히 주어서 제어를 해야 되는데 초기조건을 정확히 준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제어하지 못한 그 미세한 차이가 100마리만 있어야 될 공룡을 갑자기 10000마리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초기조건에 민감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예측을 할 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왜 예측이 불가능한가 하는 것은 자연과학 기초의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현상인데, 수학의 관점에서 보면 수 자체, 즉 실수(real number) 자체의 성질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예가 빵을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을 하는 방법입니다.
밀가루 반죽에 설탕을 적당히 넣고 잘 섞기 위해 반죽을 먼저 눌러서 높이를 반으로 납작하게 한 다음에 세로로 반을 잘라서 한 쪽을 위에 갖다 붙이면 원래와 같은 모양이 되지요.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 설탕이 완벽하게 섞이게 되는데, 이것이 병참본뜨기나 주사위 던지기와 동등하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균일하게 섞고자 할 때 이런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5. 혼돈과 질서

이렇게 보면 모든 것이 혼돈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고 그 속에 사실은 놀라운 질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정론적 혼돈이 만들어 내는 질서의 구조를 이른바 쪽거리(fractal)라고 부릅니다.
이는 얼른 보면 아주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구조입니다.
결정론적 혼돈은 일반적으로 그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보편성(universality)이 존재한다는 것도 중요한 점입니다.
혼돈 현상이 마구잡이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여러 계들의 다양한 혼돈 현상이 많은 경우에 똑같은 정량적인 구조를 가지게 되는데, 이를 보통 보편성이라고 부르지요.
혼돈을 기술할 때 사용하는 간단한 모형을 보고 여러분은 이 모형이 과연 복잡한 자연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간단한 모형이나 훨씬 더 복잡한 현실적인 계가 지니는 혼돈의 구조가 모두 똑같다는 것을 보편성의 원칙에 의해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간단한 모형을 가지고 다양한 현상을 기술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리현상 뿐아니라 생물계에도 혼돈현상이 많습니다.
우리 몸을 예로 들어봅시다.

심장 박동을 전기 신호로 보는 심전도(electrocardiogram; ECG)에서 신호가 주기적인 경우도 있고 혼돈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뇌의 전기 신호를 보는 뇌파(electroencephalogram; EEG)에서도 신호가 주기적일 때도 있고 혼돈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가지고 그 사람이 건강한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건강한 사람의 심전도나 뇌전도는 혼돈을 보이는데 반하여, 곧 심장이 멈출 사람이나 간질병 환자들의 경우에는 특이한 주기적인 신호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현상 중에도 이런 혼돈을 보이는 현상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경제학에서 이런 주장을 많이 합니다. 이를테면 경기가 주기적으로 순환하지 않고 때로는 아주 혼돈스럽게 보일 때가 있다든지, 또 주식시세가 혼돈스러워 보일 때가 많다든지 하는 것들이 보기입니다.
또 자연재해들, 어떨 때 전염병이 갑자기 도느냐, 왜 병충해가 심해지느냐, 기상이변이 생기느냐 등도 이런 혼돈 현상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혼돈스러운 현상들의 근원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외적 강제력의 영향이고 다른 하나는 내재적인 요인입니다.
만일 내재적인 요인에 의해서 혼돈이 생기는 경우라면, 많은 경우 혼돈에도 불구하고 질서를 내부에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질서를 찾을 수 있고 그래서 어느 정도 단기적인 예측도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결정론적인 혼돈은 적당히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실생활에서 여러 가지로 응용하려는 시도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상을 수치형(digital)으로 처리할 때 필요한 정보의 양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데에 쓰일 수 있고, 역학계의 불안정성 제어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은 신호처리와 제어에서 혼돈이론을 적용하려는 이른바 혼돈공학(chaos engineering)이라는 용어를 낳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혼돈제어를 이용한 로보트혼돈소자(chaos chip), 혼돈 신경세포(chaos neuron)를 이용한 신경그물얼개(neural network) 등이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혼돈이론을 이용했다는 카오스세탁기라는 제품이 나왔었죠.

어떻게 보면 혼돈 현상은 인간의 한계성을 느끼도록 해 주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제아무리 애를 써도 초기조건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지요.
이 때문에 결국 우리가 아무 것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게 된다면 이는 결국 인간의 능력이 유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혼돈은 현대문명의 여러 병폐들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알려 주기도 합니다.
흔히 현대문명이 뉴턴의 기계론 내지는 뉴턴적인 환원론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뉴턴역학 자체는 결정론이지요. 그러나 혼돈이라는 현상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뉴턴역학을 가지고 결정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단순한 환원론이나 기계적인 세계관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런 결정론에 기반 하는 한 현대문명은 여러 가지 병폐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 동안 지배적인 패러다임이었던 결정론을 대치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약하자면 질서와 혼돈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주 질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계, 완전한 질서가 있는 결정론에서도 혼돈이 나오고, 그런가 하면 마구잡이 같이 보이는 혼돈도 그 내부에 상당한 질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하나의 현상을 이해하는데 질서와 혼돈이라는 두 개념이 같이 필요하므로 이들은 서로 상호보완적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결정론과 예측 불가능성의 대비는 변증법적인 통일을 이룬다는 것이지요.

 

 

6. 복잡계와 사회현상

지금까지의 논의를 사회현상과 보다 가깝게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리학에서는 어떤 대상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이 아주 많은 계를 뭇알갱이계(many-particle system)라고 하지요. 여기서 알갱이란 자연현상을 구성하는 구성원 하나하나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뭇알갱이계를 구성하는 알갱이끼리 서로 적당히 상호작용을 하면 그 상호작용에 의해서 알갱이 하나하나의 성질과는 관계가 없는, 계 전체로서의 집단적인 새로운 성질이 생겨날 수가 있습니다.
이를 협동현상(cooperative phenomenon)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컵에 담긴 물을 생각해 봅시다.
따지고 보면 물은 전형적인 뭇알갱이계입니다.
물은 H2O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 한 컵에 1023 개 정도라는 엄청난 수의 분자가 들어 있습니다.
물이 얼면 얼음이 되지요. 얼음도 마찬가지로 H2O 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얼음을 구성하는 H2O 분자나 물을 구성하는 H2O 분자는 똑같습니다.
만일에 H2O 분자가 예를 들어 서너 개 정도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 때 그것은 H2O 분자들일 뿐이지 물이냐 얼음이냐를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H2O 분자가 많이 모이면 분자들끼리의 상호작용이 묘하게 일어나서 전체적으로 볼 때 물이 될 수도 있고 얼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협동현상의 예라고 하겠습니다.

생명현상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도 많은 분자들로 이루어진 것이지요.
분자 하나하나를 보면 생명현상이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분자들이 모여서 만든 세포라고 하는 뭇알갱이계에서는 생명이라고 부르는 신비로운 현상이 생겨나게 됩니다.

비슷한 논의를 사회 현상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개개인들이 모여서 이루는 집단이 사회라고 한다면, 그 개개인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한 협동현상이 사회라는 집단의 성질을 생겨나게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현상을 탐구하는 물리의 방법을 통계역학(statistical mechanics)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고전역학이니 양자역학이니 하는 동역학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 방법입니다.
여러 가지 사회현상들을 이러한 통계역학의 입장에서 보아 이해하려는 시도는 흥미로운데, 이 경우에 복잡계의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서로 적인 A, B, C의 세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A와 B가 적이고 B와 C가 적인데 그러면 A입장에서 볼 때 적의 적은 같은 편이다라고 생각하면 A와 C가 친해야 되겠죠.
그런데 A와 C도 역시 적이거든요.
그럼 누구와 친해야 하는지 상당히 난처해지지요. 이런 상황을 물리학에서는 쩔쩔맴(frust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자연현상에서는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처럼 뭇알갱이계에서 알갱이끼리 쩔쩔맴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복잡하고 특이한 성질을 보이게 되므로 이러한 계를 물리학에서는 복잡계라고 부릅니다.
복잡한 사회현상을 포함하고 있는 사회계도 또한 복잡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복잡계도 결국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목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목적론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물리학에서는 에너지(또는 자유에너지)라고 하는 양이 있어서 그 전체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항상 자연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논의를 굳이 사회현상에 대비시켜 본다면 사회현상은 곧 최대행복이라는 쪽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때로는 나의 행복을 최대화하려는 움직임이 사이가 나쁜 다른 사람에게는 그의 행복을 적게 하는 것일 수가 있고, 따라서 전체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난처한 일이 생길 때 전체 행복을 최대화하는 방법, 곧 전체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반복이고 다른 하나는 외적인 강제력이지요.
우선 반복에 대해 살펴봅시다.
주어진 계에서 에너지를 최소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일 계의 구성원들이 모두 다 서로 친하다면 모두가 협동할 때 에너지가 최소가 되겠죠.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우 간단하게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죄수의 딜레마에서 전부 다 자백을 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이 확실하다면 모두가 자백을 안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복잡계에는 쩔쩔맴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가장 유리한가를 판별하는 것이 사실은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즉 여러 번 반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복을 많이 해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갈 수가 있게 됩니다.

잘 알려진 복잡계인 유리(glass)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죠.
유리의 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데에는 몇 억년 이상이 걸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보고 있는 유리는 가장 행복한(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복잡계가 안정한 상태를 이루는데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그런 방법은 사회현상에서는 현실적인 방법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 경우 외적인 강제력을 사용하면 그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지요.
물리학에서 외적인 강제력의 예로는 외부에서 적당히 걸어주는 전자기마당(electromagnetic field) 등의 건드림(perturbation)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가만히 놓아두면 안정한 상태로 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복잡계에 적당한 마당을 걸어주면 빨리 안정한 상태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7. 맺음말

이제 오늘 강의를 정리해 보기로 합시다.
오늘 저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나는 복잡계, 즉 구성원이 아주 많아서 그 안에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친하기도 하는 등 이른바 쩔쩔맴이 있는 계가 때로는 협동현상을 통해 스스로 짜임(self-organization), 규칙적 무늬 형성 등 질서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아주 간단한 계인데도 불구하고 복잡한 성질을 보이는 예를 들기도 했지요.
예를 들어 물이 담긴 그릇의 바닥을 뜨겁게 하면 처음에 H2O 분자들은 충돌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며, 이러한 열전도 현상에서 각 분자들은 무질서한 마구잡이 운동을 합니다.
바닥이 어느 정도 뜨거워지면 분자들은 제각기 움직이는 대신에 전체적으로 결맞는 운동을 하는 엇흐름(대류)이 나타나는데 이는 적은 수의 유효 자유도(effective degrees of freedom)로 기술할 수 있어서 마치 뭇알갱이계가 아니고 간단한 계처럼 생각할 수 있으며, 특징적인 두루말이 무늬를 가지는 질서를 보입니다. 그러나 계속 가열하여 바닥을 매우 뜨겁게 하면 유효 자유도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말했듯이 물이 펄펄 끓는 막흐름(turbulence), 곧 혼돈이 나타나게 되지요.

결국 이런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질서와 혼돈은 서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결정론적인 질서와 달리 혼돈에서는 초기조건의 조그만 차이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예를 들어 환경 등 상황의 변화에 따른 적응에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해로울 것만 같은 혼돈이 알고 보면 생체계나 사회가 상황의 변화에 대처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앞에서 말했듯이 건강한 사람의 심전도나 뇌전도가 혼돈 현상을 보이는 근본 이유라고 추측하지요.
사회의 경우에도 상황이 결정되면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단순 반복 또는 외적인 강제력을 통해서) 사회는 대체로 안정된 질서의 상태가 되겠지만, 너무 질서만 있는 (경직된) 사회는 적당히 혼돈이 있는 사회에 비해 상황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곧 혼돈은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논의를 곧바로 사회현상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사회현상의 어떤 측면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일반인을 위한 혼돈의 소개서로는 번역판이 나온 J. Gleick, Chaos: Making a New Science (Viking, New York, 1987) 이 있고 쪽거리에 대해서는 B. Mandelbrot, 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 (Freeman, San Francisco, 1982) 가 있다. 생명 현상이나 사회 현상을 복잡계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는 일반인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Santa Fe Institute Studies in the Sciences of Complexity 시리즈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으며 예를 들어 5권이 P.W. Anderson, K.J. Arrow, and D. Pines (eds.), The Economy as an Evolving Complex System (Addison-Wesley, Redwood City, 1988)이다.


 

 

저자소개

24564913_1.jpg 최무영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이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이학석사) 및 미국 스탠포드대학 (이학박사) 에서 공부함.
현재 자연대 물리학과 부교수.

'Phase transitions in the uniformly frustrated XY model', 'Quantum Hall effect in idealized superconducting arrays at zero temperature', 'Dynamic model of neural network', 'Traffic flow and 1/f noise' 등의 논문을 Physical Review 등의 학술지에 발표함.
복잡계의 상전이 및 동역학적 성질과 양자역학적 결맞음에 주로 관심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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